만 27세에 받아든 예상 밖의 결과였습니다
강남차병원에서 처음으로 AMH 검사를 받고 결과지를 받아들었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당시 제 나이는 만 27세였습니다. 서른 살도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난소 기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검사 결과에 적힌 AMH 수치는 0.7이었습니다. 결과지에 표시된 난소 나이는 측정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제 또래의 평균적인 범위보다 수치가 많이 낮다는 설명을 듣고도 처음에는 그 의미가 제대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AMH라는 검사 자체를 처음 알게 된 데다, 난소 나이를 측정할 수 없다는 문구가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임신은 결혼식을 올린 뒤 천천히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는 앞으로 임신을 원한다면 계획을 너무 늦추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냉동난자를 고려해 보라는 권유까지 받으면서 제가 생각했던 인생의 순서가 갑자기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AMH 0.7이 임신 불가능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AMH는 난소 안에 남아 있는 난포의 양, 즉 난소 예비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때 사용하는 혈액검사입니다. 수치가 낮으면 난임 치료 과정에서 과배란 주사를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난자 수가 적을 가능성을 예상하는 데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MH가 낮다고 해서 난자가 전혀 남아 있지 않거나 자연임신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AMH만으로 난자의 질을 확인할 수도 없고, 개인의 정확한 폐경 시기를 확정할 수도 없습니다. 실제 임신 가능성은 나이와 배란 여부, 난관 상태, 배우자의 검사 결과 등 여러 조건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당시의 저는 이런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했습니다. 0.7이라는 숫자만 보고 제 난소에서 난자가 언제까지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부터 느꼈습니다.
검사 결과는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아니었지만, 제게 주어진 시간이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는 경고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른쪽 난소 수술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초음파 진료를 받을 때 의료진은 오른쪽 난소의 크기가 매우 작아 찾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과거 자궁내막종 수술 과정에서 정상 난소 조직도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은 뒤 오른쪽 난소의 기능이 거의 남지 않은 것은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왼쪽 난소가 기능하고 있다고 해도 AMH 수치가 낮았기 때문에 왼쪽 난소의 상태까지 괜찮은지 불안했습니다.
다만 AMH 수치만으로 어느 한쪽 난소의 기능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 오른쪽 난소가 ‘전멸한 것 같다’고 느꼈던 것은 검사 결과와 초음파 설명을 들은 뒤 제가 받아들인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돌이켜보면 수술 전에 AMH 검사를 해두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수술 전 결과가 있었다면 원래부터 난소 예비력이 낮았던 것인지, 자궁내막종이나 수술 이후 얼마나 달라진 것인지 비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결혼식보다 임신 준비가 먼저 시작됐습니다
당시에는 자궁내막증 재발을 막고 난소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생리를 억제하는 호르몬 치료를 권유받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복용했던 비잔정은 구토와 부종 때문에 중단했고, 이후 처방받은 야즈정도 제 몸에는 부담이 컸습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자궁내막증이 다시 심해질까 두려웠고, 약을 계속 먹으면 부작용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동안에는 임신을 시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치료와 임신 준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강남차병원에서는 현재 난소 예비력을 고려하면 결혼 후 오랫동안 기다리기보다 임신을 빠르게 준비하고 난임병원 상담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저는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에 난임병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보통은 결혼한 뒤 자연임신을 시도해 보고, 잘되지 않을 때 난임병원을 찾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기다려보는 시간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졌습니다.
AMH 0.7이라는 결과가 제 미래를 모두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막연하게 미뤄두었던 임신 계획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만든 계기는 분명했습니다. 임신이 당연히 원하는 시기에 찾아오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AMH 수치가 낮게 나왔다면 숫자 하나만 보고 임신 가능성을 단정하거나 지나치게 좌절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만 향후 임신 계획이 있다면 결과를 무시하기보다 초음파상 난포 수와 생리 주기, 과거 난소 수술 이력 등을 함께 확인하고 전문의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만 27세에 AMH 0.7이라는 결과를 받고 임신 준비를 시작했던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검사기관과 측정 방법에 따라 참고 범위가 다를 수 있으며, AMH 수치만으로 자연임신 가능성이나 폐경 시기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AMH 0.7이면 난소 나이가 몇 살인가요?
AMH를 특정 난소 나이로 단순하게 환산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같은 나이에서도 개인차가 크므로 검사기관의 참고 범위와 초음파 결과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AMH가 낮으면 곧 폐경이 오는 건가요?
낮은 AMH는 난소 예비력이 감소했을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개인의 정확한 폐경 시기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생리 주기와 다른 호르몬 검사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AMH 수치는 다시 높아질 수 있나요?
검사 시점과 복용 약물, 측정기관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일시적인 변동과 실제 난포 수가 증가하는 것은 구분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수치가 낮으면 바로 시험관을 해야 하나요?
AMH만으로 치료 방법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나이와 임신 시도 기간, 난관과 정액검사, 초음파상 난포 수 등을 확인한 뒤 치료 순서를 정합니다.
참고자료 출처
1. 미국생식의학회(ASRM), 「Testing and Interpreting Measures of Ovarian Reserve」
https://www.asrm.org/practice-guidance/practice-committee-documents/testing-and-interpreting-measures-of-ovarian-reserve-a-committee-opinion-2020/
2.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The Use of Antimüllerian Hormone in Women Not Seeking Fertility Care」
https://www.acog.org/clinical/clinical-guidance/committee-opinion/articles/2019/04/the-use-of-antimullerian-hormone-in-women-not-seeking-fertility-care
3. 유럽생식의학회(ESHRE), 「Guideline: Endometriosis」
https://www.eshre.eu/guideline/endometriosis
4. 유튜브 참고영상, 「AMH 난소나이검사로 자신의 폐경 나이, 시기를 알 수 있다는데?」
https://www.youtube.com/watch?v=Iv6FsKk1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