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끝나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습니다
자궁내막종을 제거하는 복강경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모든 걱정이 끝날 줄 알았습니다. 통증의 원인이었던 병변을 제거했으니 이제는 다시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회복이 시작되면서 제 머릿속을 가장 많이 차지한 것은 수술 후 통증도, 배꼽의 흉터도 아닌 자궁내막증의 재발이었습니다.
이미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할 정도의 오른쪽 하복부 통증을 경험했고, 응급실과 입원 치료까지 겪었습니다. 그 무시무시했던 통증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겁이 났습니다.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두려웠습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고, 결혼한 뒤에는 꼭 아이를 낳고 싶었습니다. 자궁내막증이 재발하면 임신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지, 난소를 다시 수술하면 난소 기능이 더 떨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됐습니다.
수술은 끝났지만 자궁내막증과의 싸움까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 비잔정을 복용했습니다
수술 후에는 자궁내막증의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처음 처방받은 약은 비잔정이었습니다. 생리를 억제해 자궁내막증 병변이 다시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치료라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약을 꾸준히 먹기만 하면 다시 수술받을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안심했습니다. 임신을 바로 준비하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재발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약을 먹기 시작한 뒤 몸이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구토가 반복됐고 몸이 붓는 부종도 심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과 손이 붓고 평소 잘 맞던 옷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약을 먹을 때마다 속이 좋지 않아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몸이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해 버텼습니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에 웬만한 불편함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계속되자 결국 의료진과 상담한 뒤 약 복용을 중단했습니다.
2년 뒤 같은 부위가 다시 아팠습니다
약을 중단한 뒤 약 2년이 흘렀습니다. 한동안은 큰 통증 없이 지냈기 때문에 자궁내막증에 대한 기억도 조금씩 흐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에 아팠던 우측 하복부에서 다시 익숙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수술 전에 겪었던 통증과 비슷한 위치였습니다. 통증이 아주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특정 부위가 반복해서 아프다는 사실만으로 불안해졌습니다. 예전에 병을 발견하기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오른쪽 아랫배가 아팠기 때문입니다.
혹시 자궁내막종이 다시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습니다. 병원마다 수술 후 통증일 가능성, 유착이나 배란통일 가능성 등 조금씩 다른 설명을 들었습니다.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할수록 불안감은 더 커졌습니다.
결국 꾸준히 진료받을 병원을 정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강남차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비잔정을 복용하면서 구토와 부종을 겪었다는 사실도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야즈정도 제 몸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강남차병원에서는 이전에 복용했던 약의 부작용을 고려해 야즈정을 처방해 주셨습니다. 저는 또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새로운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비잔정과 다르기를 바랐지만 제 몸에서는 비슷한 불편함이 나타났습니다. 몸이 붓고 속이 메스꺼웠으며 구토까지 이어졌습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재발이 걱정되고, 약을 먹으면 몸이 힘든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그래도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약 6개월 동안 복용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을 계속 참고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컸고, 의료진과 상의한 끝에 야즈정도 중단하게 됐습니다.
호르몬제는 자궁내막증의 통증과 재발 관리에 사용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약이 잘 맞는 것은 아닙니다. 저처럼 한 가지 약에서 불편함을 겪은 뒤 다른 약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고, 복용 중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다시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AMH 검사 후 임신을 서두르게 됐습니다
강남차병원에서 진료받는 과정에서 AMH 검사도 하게 됐습니다. AMH 검사는 난소에 남아 있는 난자의 수를 직접 세는 검사는 아니지만, 현재 난소 예비력을 판단할 때 참고하는 검사라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결혼 전이었기 때문에 난임병원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자궁내막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데다 난소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임신을 너무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임신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당시에는 자연임신이 가능한지, 난임 치료가 필요한지를 미리 단정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앞으로 아이를 낳고 싶다는 계획이 분명했기 때문에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비잔정과 야즈정의 부작용으로 약을 계속 복용하기 어려웠던 경험은 임신 준비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생리를 억제하는 치료를 계속할지, 약을 중단하고 임신을 준비할지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재발이 무서워 약을 먹었고, 약의 부작용이 힘들어 복용을 중단했으며,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일찍 난소 기능과 임신 가능성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자궁내막증은 수술 한 번으로 끝나는 병이 아니라 이후의 생활과 임신 계획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수술 후 같은 부위의 통증이 다시 느껴진다면 혼자 재발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약을 복용한 뒤 구토나 부종처럼 생활에 영향을 주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무조건 참거나 임의로 끊기보다 처방한 의료진과 복용 방법을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자궁내막증 수술과 호르몬제 복용을 직접 경험한 개인적인 기록입니다. 약의 효과와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며, 임신 준비와 약 중단 시기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자궁내막증은 수술 후에도 재발하나요?
수술로 병변을 제거해도 남아 있던 병변이나 새로 생긴 병변으로 통증이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재발 위험은 병변의 정도와 치료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비잔정은 왜 수술 후에 복용하나요?
비잔정은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을 줄이고 수술 후 병변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습니다. 복용 기간은 개인 상태에 따라 결정합니다.
호르몬제 부작용이 있으면 끊어도 되나요?
구토와 부종 등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처방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임의로 중단하기보다 약을 변경하거나 복용 방법을 조정할 수 있는지 먼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AMH가 낮으면 자연임신이 불가능한가요?
AMH는 난소 예비력을 참고하는 지표 중 하나이며 자연임신 가능성을 단독으로 판단하는 검사는 아닙니다. 나이와 배란, 난관 및 배우자 검사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출처
1.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Endometriosis
https://www.acog.org/womens-health/faqs/endometriosis
2. Mayo Clinic, Endometriosis Diagnosis and Treatment
https://www.mayoclinic.org/diseases-conditions/endometriosis/diagnosis-treatment/drc-20354661
3. Leeds Teaching Hospitals NHS Trust, Endometriosis and Dienogest Treatment
https://www.leedsth.nhs.uk/patients/resources/endometriosis-2/
4. 유튜브 참고영상, 「자궁내막증 수술 3년 후 후기|재발?|비잔정을 끊고 3년 만의 첫 생리」
https://www.youtube.com/watch?v=jI9-mcewp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