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종이 아니라 자궁내막증이었습니다
오산의 여성전문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은 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차병원 등 여러 대학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우측 난소에 보이는 혹의 정체와 수술이 정말 필요한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여성병원에서 들었던 것처럼 난소 기형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들은 병명은 달랐습니다. 우측 난소에 생긴 혹은 기형종이 아니라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만들어진 자궁내막종이라고 했습니다.
자궁내막증이라는 병명을 제대로 들어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생리통이 심했던 것과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 모두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그동안 제 몸에서 나타났던 증상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 병원 모두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제가 진료받았던 병원에서는 모두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자궁내막종의 크기가 5cm 이상이었고, 통증까지 반복되고 있어 수술을 미루기 어렵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한 병원에서만 수술을 권유받았다면 조금 더 기다려볼지 고민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병원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으니 수술을 피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바로 날짜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진료 예약도 쉽지 않았고, 다른 병원들은 수술 일정이 이미 꽉 차 있어 반년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통증이 언제 다시 심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반년을 기다린다는 것이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아산병원에 수술 취소 자리가 생겼고, 약 2개월 뒤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수술받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로봇수술과 복강경수술 사이에서 고민했습니다
수술 방법을 상담하면서 로봇수술과 일반 복강경수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의료진은 앞으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난소의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로봇수술은 기구의 관절이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고, 수술 부위를 확대된 입체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좁고 복잡한 부위에서 정교한 조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장점 때문에 난소 조직을 세심하게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로봇수술을 추천받았습니다.
하지만 로봇수술이라고 해서 난소 기능이 반드시 더 잘 보존되거나 임신 가능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 결과는 병변의 위치와 유착 정도, 남아 있는 난소 조직, 수술자의 판단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임력 보존이 중요하다는 설명은 충분히 이해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수술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손보험으로 일부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먼저 결제해야 하는 비용이 천만 원에 육박했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바로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었습니다. 결국 비용과 상황을 고민한 끝에 일반 복강경수술을 선택했습니다.

수술이 임신에 영향을 줄 줄은 몰랐습니다
그때의 저는 눈앞에 있는 자궁내막종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통증의 원인을 없애고 수술에서 잘 회복하면 다시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복강경수술 역시 작은 절개를 통해 병변에 접근하는 수술이었고, 실제로 많은 산부인과 수술에서 시행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로봇수술이 아닌 복강경수술을 선택한 것이 이후 제 임신과 출산 과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야 자궁내막종 자체가 난소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난소의 혹을 제거하는 과정에서도 정상 난소 조직이 함께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당시의 선택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비용과 수술 일정, 통증, 의료진의 설명을 모두 고려해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 다시 수술 전으로 돌아간다면 현재의 난소 기능과 향후 임신 계획, 수술 후 난소 기능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질문했을 것 같습니다. 필요하다면 수술 전 난소기능검사나 가임력 보존 방법도 상담받아 봤을 것입니다.
수술 방법은 어느 하나가 모든 사람에게 더 좋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자궁내막증의 위치와 크기, 증상, 나이와 임신 계획, 비용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한 뒤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제가 직접 진료와 수술 상담을 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자궁내막종의 크기만으로 수술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치료 방법은 환자의 증상과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자궁내막종이 5cm면 꼭 수술해야 하나요?
크기만으로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통증과 혹의 변화, 나이, 임신 계획, 영상검사 결과 등을 함께 확인해 치료 방향을 결정합니다.
로봇수술이 가임력 보존에 더 좋은가요?
정교한 조작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병변의 위치와 수술 범위, 의료진의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난소 수술 전 어떤 질문을 해야 하나요?
정상 난소 조직의 보존 가능성, 수술 후 난소 기능 변화, 재발 가능성, 임신 계획에 미치는 영향과 가임력 보존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