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생리통이 원래 심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비교적 이른 나이에 초경을 시작했습니다. 중학생이 된 이후부터는 생리통이 심해졌고, 생리 기간만 되면 진통제를 챙겨 먹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주변에서도 생리통은 여성이라면 어느 정도 참아야 하는 통증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저 역시 남들보다 조금 심한 편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약을 먹고 버티면 며칠 뒤에는 괜찮아졌기 때문에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오히려 학업과 직장생활로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생리통도 더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잘 가라앉지 않는 날이 늘어났지만, 저는 병을 의심하기보다 약의 양을 늘리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특정 부위만 반복적으로 아팠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일반적인 생리통과는 다른 신호가 있었습니다. 배 전체가 묵직한 정도가 아니라 유독 오른쪽 하복부가 찌르듯 아픈 일이 많았습니다.
생리 전부터 오른쪽 아랫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생리가 시작되면 통증이 더 심해졌습니다. 진통제를 먹어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약효가 떨어지면 같은 부위가 다시 아팠습니다. 통증 때문에 허리를 펴기 어렵거나 일에 집중하기 힘든 날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생리통이 심해진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통증이 반복돼도 매달 생리 기간과 겹쳤기 때문에 오히려 당연한 증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생리할 때마다 아팠기 때문에 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통증 자체가 제 몸이 보내는 신호였습니다.
진통제로 버틴 시간이 병을 키웠습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과 비슷한 조직이 난소나 복막 등 자궁 밖에서 자라면서 염증과 유착,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입니다. 심한 생리통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골반통, 성관계 시 통증, 생리 전후의 배변통이나 배뇨통, 임신의 어려움 등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모든 생리통이 자궁내막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하거나, 진통제를 먹어도 잘 낫지 않거나, 통증이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된다면 단순한 생리통으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진통제로 통증을 잠시 눌렀을 뿐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른쪽 난소의 자궁내막종이 5cm 이상 커진 뒤에야 병을 발견했고 수술까지 받게 됐습니다.
물론 조금 더 일찍 병원에 갔다고 해서 수술을 완전히 피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제 몸의 상태를 더 일찍 알고, 치료 방법과 임신 계획을 충분히 상담할 기회는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런 생리통이라면 검사를 받아보세요
생리통은 사람마다 통증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아프다는 사실만으로 질환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전에는 없던 생리통이 새로 생겼거나, 진통제 복용량이 계속 늘어나거나, 특정 부위가 반복해서 아프다면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진료를 받을 때는 생리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픈지, 통증이 며칠 동안 지속되는지, 어느 부위가 가장 아픈지, 배변이나 성관계 때에도 통증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도움이 됩니다. 생리 주기와 통증 정도, 복용한 진통제의 양을 미리 기록해 가는 것도 좋습니다.
저처럼 생리통을 원래 참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달 반복되는 통증 때문에 학교나 회사에 가지 못하고, 진통제를 먹어도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무조건 참을 필요는 없습니다.
생리통이 심하다는 것은 체질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면 괜찮아지기를 기다리기보다 산부인과에서 원인을 확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 이 글은 자궁내막증을 진단받고 수술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증상이 비슷하더라도 원인은 다를 수 있으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생리통이 심하면 모두 자궁내막증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생리통은 여러 원인으로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통증이 갈수록 심해지거나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산부인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진통제를 자주 먹으면 병을 놓칠 수 있나요?
진통제가 통증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을 먹어도 반복적으로 아프다면 복용량만 늘리지 말고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자궁내막증은 어떤 검사로 확인하나요?
증상과 진찰을 바탕으로 초음파나 MRI 등의 영상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검사에서 보이지 않는 병변도 있어 진단 방법은 개인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