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아다녔습니다
자궁내막종 수술을 받은 뒤 약 2년이 지났을 무렵, 오른쪽 하복부에서 다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술 전에도 같은 부위가 반복해서 아팠기 때문에 혹시 자궁내막증이 재발한 것은 아닐까 걱정됐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강북삼성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과 강남차병원 진료를 차례로 예약했습니다. 한 병원에서 괜찮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가능한 여러 의료진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진료 과정은 생각처럼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앞서 방문한 병원에서는 다른 병원에서 수술받은 이력이 있고 당시 수술 상태를 정확히 알기 어려워 현재 통증의 원인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당시 저를 수술해 주셨던 교수님의 진료를 다시 받는 것이 좋았지만 대학병원이다 보니 예약 가능한 날짜까지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오른쪽 아랫배는 계속 불편한데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어 답답함만 커졌습니다.

강남차병원에서 통증의 원인을 다시 살폈습니다
답답한 마음으로 찾아간 곳이 강남차병원이었습니다. 이전 수술 과정과 약 복용 이력, 최근 다시 시작된 우측 하복부 통증을 설명드렸습니다. 의료진은 초음파로 자궁과 양쪽 난소를 꼼꼼하게 살펴본 뒤 통증의 원인이 한 가지만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술 후 생긴 유착으로 통증이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고, 배란 과정에서 난소 쪽 통증이 이전보다 심해졌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초음파만으로 원인을 확정하기는 어려워 현재 난소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피검사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우측 난소를 살피던 중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들었습니다. 의료진이 저에게 수술할 때 오른쪽 난소를 절제한 적이 있는지 물어본 것입니다.
저는 난소를 제거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수술 과정에서 우측 난소의 볼륨이 상당히 작아진 것으로 보이고, 초음파에서도 우측 난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난소를 제거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듣는 순간, 수술이 제 난소에 남긴 영향을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첫 AMH 검사 결과는 0.7이었습니다
며칠 뒤 피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갔습니다. 제가 처음 받은 AMH 수치는 0.7이었습니다. 당시에는 AMH라는 검사도 생소했고, 숫자가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AMH는 난소 안에 남아 있는 난포의 양, 즉 난소 예비력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때 활용하는 지표라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제 나이를 고려하면 수치가 낮은 편이며 앞으로 임신 계획이 있다면 너무 늦추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다만 AMH 수치가 낮다고 해서 자연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AMH는 난자의 개수와 관련된 난소 반응을 예측할 때 주로 참고하는 검사이며, 난자의 질이나 실제 자연임신 가능성을 수치 하나로 정확히 판단하는 검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는 그런 설명보다 0.7이라는 숫자에 먼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였고, 임신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시기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결혼 전 냉동난자까지 권유받았습니다
의료진은 미래에 아이를 원한다면 난자 냉동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혼 전 난임병원 진료와 냉동난자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냉동난자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실제로 임신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검사와 시술에 필요한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당장 결정을 내리기에는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때는 냉동난자를 진행하지 않고 자궁내막증의 재발과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야즈정을 처방받았습니다. 약을 복용하면서 상태를 지켜보고, 결혼과 임신 계획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워보기로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AMH 0.7이라는 결과는 제 삶의 계획을 바꾸기 시작한 숫자였습니다. 그전까지 임신은 결혼 후 천천히 생각해도 되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검사 결과를 들은 뒤에는 제게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또한 수술 전 난소 기능을 미리 검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수술 전 수치가 없었기 때문에 원래 난소 예비력이 낮았던 것인지, 자궁내막종이나 수술의 영향을 얼마나 받은 것인지 정확히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궁내막종 수술을 앞두고 있고 향후 임신 계획이 있다면 수술 방법뿐만 아니라 수술 전후의 난소 기능 검사와 가임력 보존에 대해서도 충분히 질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처럼 수술이 끝난 뒤에야 난소 기능을 처음 확인하고 당황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 이 글은 자궁내막종 수술 후 통증으로 진료받고 AMH 검사를 진행했던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AMH 수치는 나이와 검사기관, 복용 중인 약물과 개인 상태 등을 함께 고려해 해석해야 하므로 검사 결과는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AMH 0.7이면 자연임신이 어려운가요?
AMH가 낮아도 자연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나이와 배란 여부, 난관 상태, 배우자의 정액검사 등 여러 조건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AMH는 난자의 질도 알려주는 검사인가요?
AMH는 주로 난소에 남아 있는 난포의 양과 과배란 시 난소 반응을 예측하는 데 활용됩니다. 난자의 질은 AMH보다 여성의 나이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자궁내막종 수술 후 AMH가 낮아질 수 있나요?
자궁내막종 자체와 난소 수술 모두 난소 예비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변화 정도는 병변의 크기와 위치, 수술 범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AMH가 낮으면 난자 냉동을 해야 하나요?
수치만으로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나이와 임신 시기, 초음파상 난포 수, 예상 채취 난자 수와 비용을 상담한 뒤 개인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출처
1. 미국생식의학회(ASRM), 「Testing and Interpreting Measures of Ovarian Reserve」
https://www.asrm.org/practice-guidance/practice-committee-documents/testing-and-interpreting-measures-of-ovarian-reserve-a-committee-opinion-2020/
2. 유럽생식의학회(ESHRE), 「Guideline: Endometriosis」
https://www.eshre.eu/-/media/sitecore-files/Guidelines/Endometriosis/ESHRE-GUIDELINE-ENDOMETRIOSIS-2022_2.pdf
3.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The Use of Antimüllerian Hormone in Women Not Seeking Fertility Care」
https://www.acog.org/clinical/clinical-guidance/committee-opinion/articles/2019/04/the-use-of-antimullerian-hormone-in-women-not-seeking-fertility-care
4. 유튜브 참고영상, 「난소나이검사 AMH ‘이것’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6n2ydgGjm8